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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박완서 _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18) 마당 가꾸기는 내 집 마당이라는 소유욕과 이웃집 마당보다 더 예쁘고, 가지런하고 싶은 일방적인 경쟁심 때문에 고달프지만 그것도 노동이라고 그 후의 휴식은 감미롭다. 집 앞이 바로 숲이다. 숲이 일 년 중 가장 예쁠 때가 이맘때다. 매해 보는거지만 5월의 신록은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고 눈부시다. 신록의 빛깔도 수종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순적한 녹두색도 있고 갈색이나 보라색이 도는 연녹색도 있고, 젖빛이 도는 건 아마도 아카시아일 것이다. 그런 미묘한 차이가 원근과 수종에 따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움직이고 살랑이는 모습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한결같이 몽실몽실 부드럽고 귀여운, 꼭 아기 궁둥이 같은 게 오월의 나무들이다. 내 소유가 아니어서 욕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유와 평화, 그게 바로 차경(借景)의 묘미 아니겠는가. 


(25)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50) 유일하게 감동하고 축복해 주고 싶은 웨딩촬영이 있었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두물머리 꼭짓점에서 하는 촬영이었다. 


(79)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중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85) 내가 믿는 '집밥'의 효능을 믿어주는 건 그래도 피붙이밖에 없는 것 같다. 따로 사는 손자가 오늘 할머니한테 가서 저녁 먹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올 때가 가끔 있다... 성경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예수가 당시 사람들을 신분에 상관없이 당신 식탁에 초대했다는 기록이다. 예수님의 식탁에 초대받은 손님은 거지나, 병신, 세리, 창녀들로 당시의 계급사회에서는 최하층의 불가촉천민들이었다... 그들 죄인과 소외계층은 예수님과 한 식탁에 앉아 동등한 대접을 받음으로써 위로와 용서의 은총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천한 신분의 죄인들과 한 식탁에서 먹고 마시고 하나가 되어 우의를 다졌다는 기록은 사대복음서에 공히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니 아마 실화일 것이다. 실화일 터인데도 너무 아름다워 꼭 꾸민 이야기, 소설처럼 읽힌다. 


레이몬드 카버 - <대성당> (김연수 역)


(150) 엔도 슈사쿠 - <사해 부근에서>


(179) 비슷한 기억을 되풀이하며 어디로 가고 있을 뿐 처음은 없다는 사실


(195) 엄마가 됨으로서 남의 자식도 다시 보게 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나고 십시일반의 정신도 우러났을 것이다. 


(204) (김연수작가의 소설에 대해서) 역사소설은 경험자가 쓰는게 아니라 훗날 누군가에 의해 상상됨으로써 쓰일 것이다. 상상하려면 사랑해야 한다. 작가가 기울인 노고 속에 사랑까지 포함돼 있다는 게 도처에서 느껴진다. 


(208) 과거에다가 만약을 붙여 가정하는 것처럼 부질없는 짓은 없는 줄 아나 이 도만 아는 세상을 살기가 하도 편지 못하여 해보는 소리이다. 


(228) on Proust Was a Neuroscientist by Jonah Lehrer: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지만 거듭 읽어도 싫증 안 나는 책이 머리맡에 있고, 책방으로 뛰어가고 싶게 만드는 책도 있으니 지루함을 모르고 날 수 있을 것 같다. 


(240) 나는 민주화 운동이 한창 치열했던 1980년대에 가톨릭 교리 공부를 시작해서 몇 번의 재수 끝에 1985년에 영세를 받았다. 가톨릭에 대해 확신이 생겨서가 아니라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 그분이 계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분은 정의를 위해 박해받고 쫓기는 이들을 말없이 그분의 날개로 덮고 품으셨을뿐, 결코 선동하거나 부추기지는 않으셨다. 만약 그분까지 투쟁적이었다면 그분의 그늘, 그분의 날개 밑이 그렇게 편했을리가 없다. 


(243) "바티칸은 지구 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이 작은 나라가 전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로에 가깝지만,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무한대다."


(248)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지요. 땅처럼 후한 인심은 없다고, 뿌린 것에다 백배 천배의 이자를 붙여서 갚아주는 게 땅의 마음이라고, 본전 까먹지 말고 이자로 먹고살아야 한다고. 그러니까 선생님은 밭에 엎드려 김을 매고 있는 게 아니라 경배를 하고 계셨느지도 모릅니다. 


꽃과 빵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이어령


꽃은 먹을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

향기로 배부를 수는 없지만

향로의 연기처럼 수직으로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들에 핀 백합은 밤이슬에 시들지만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살을 닮은 

흰빛이 대낮보다 밝다.

붉은 튤립은 화덕 속의 빵보다

뜨겁게 부풀어

속죄의 피보다 더 짙다.


짐승처럼 허기진 날에도

꽃은 아무 데서나 핀다.

들에도 산에도

먹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 씨가 말씀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

나는 가장 향기로운 보리처럼

내 허기진 영혼을 채운다.

[발췌] 하지현_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p65 

우리가 길러야 하는 것은 이렇게 출렁이는 애매함을 돌파하는 것뿐 아니라, 일시적 퇴행과 불안정한 상태를 견디는 능력이에요... 

애매함으로 인해 생기는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는 길은 새로운 도전과 방향성을 갖추는 일이다. 그러면 불안과 두려움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두려움을 포기하게 된다.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을 주의를 요하는 의식적인 일로 대체하게 만드는 것이다. 애매함을 견디는 능력은 내공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그냥 안고 갈 수 있는 능력. 사실 판단해야 할 대부분의 일은 시간이 그냥 해결해주는 것이 참 많다. 애매함이 주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 쉽고, 시간이 지나 후회할 일이 생기곤 한다. 그것이 애매함에 대한 공포를 더욱 강화한다. 이를 억누르는 것이 바로 낙관적 자세로 애매함을 견뎌내는 능력이다. 우리에게는 애매함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생각을 멈추는 훈련' 이 필요하다. 


67

애매함을 견디는 내공의 중요함뿐 아니라, 성숙에 있어서 의존의 역할과 필수성이었다. 성숙이란 의존적인 사람이 독립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의존성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숙이다. 애매함과 모호한 관계 때문에 의존을 표현하고 인정할 수 없던 은미는 두진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게 되었고, 이는 병적인 의존이나 유아적 의존이 아니라 어른이 갖는 자연스러운 의존성임을 깨달았다. 내가 갖고 있는 의존성을 켜고 끄는 스위치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절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애매함의 불안 속에서도 한 배 위에 같이 떠 있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의 핵심이니까...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내 배에 같이 탈 사람은 누구지?'


89

좋은 관계를 잃은 건 상대방이다. 

선민 씨는 선민 씨를 좋아하지 않게 된 사람을 잃게 되었어요.

그쪽은 자신을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어요.

정말 영양가 있는 관계를 잃은 것은 그쪽 아닌가요. 


92

어른이 된 다음에도 정서적 결핍이 커지면 먹는 것으로라도 채워 넣으려고 하죠.


94

사랑할 대상이 없어진 것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얻었던 자존감의 충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박탈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마음의 끈을 끊어야 하는데도, 사랑받고 있따고 느끼게 했던 현실의 증거들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을 리셋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만일에'에 대한 미련과 망설임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ask me now thelonius monk


마음의 방


엄마의 배.. 공생의 욕망


현명함이란 무엇을 보고도 못 본 척할 것인지 아는 기술을 갖는 것이다.

비밀로 인해 생긴 결과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i say a little prayer for you


자신이 완벽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상대 또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가 상대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팀플레이 같은 것이 결혼인 것이다.


그에 반해 서로에게 뭔가를 해줄 것이 있는 관계가 좋죠. 나를 사랑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요.


충분히 경험하고, 아파보고, 애달파해보고, 겁도 먹어보고 하면서 한 발 한 발 인생의 무거운 짐을 안고 가는 연습



오늘은 가을인가요, 겨울인가요?
live love

오늘은 가을인가요, 겨울인가요? ‘철부지(不知)’가 철(계절, 때)을 모르는(不知) 사람을 뜻한다면 제가 딱 그 사람이네요. 거리를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마냥 가을인줄 알고 있다가,  대입 수능시험을 맞아 ‘맞다, 겨울이구나!’ 놀랐으니까요. 마침 어제가 절기로 입동(立冬)이었네요.

입동은 말 그대로 겨울에 들어서는 날입니다. 서리 내리는 상강(霜降)과 첫눈 내리는 소설(小雪)의 사이에 있으며, 물이 얼기 시작하므로 겨울 채비를 시작합니다. 원래는 김장도 입동 무렵 담가야 제 맛이라고 합니다.

조상들은 입동이면 혼자 겨울을 준비하기 힘든 이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우선, 경로잔치 ‘치계미(雉鷄米)’가 있었지요. 한자어 그대로는 ‘꿩+닭+쌀’의 뜻이지요. 원래는 사또 밥상에 오를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가리켰는데 마을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라는 뜻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또 조상들은 입동에 감을 따면서 추위에 배곯을 까치를 위해 몇 개를 남겨두었습니다. ‘입동 까치밥’이지요. 조상들은 또 벼를 추수한 뒤 논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았다고 합니다. 입에 풀칠하기 힘든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보다 힘든,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삶은 건강에 좋습니다. 뇌영상학의 연구결과 뇌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눌 때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나누고 감사하는 사람들이 아람치에 매달려 아등바등한 삶을 사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게 산다는 것도 입증이 되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조상들은 참 푼푼하고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올 겨울에는 그 건강한 마음을 되새기며, 작은 몫이라도 나누기를 바랍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의 ‘옛 마을을 지나며’>

첫 눈 온 오늘, 구글메일에 도착한 건강편지에서 

autumn days
liv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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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대한 별 감정 없었는데 뉴욕 가을은 좀 좋으다 
호박, 단풍, 오렌지 색 풍경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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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아끼는 르뺑코티디엉의 미니타르트들
먹지는 않고 찍고 왔다는 것이 함정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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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흐 바쁜 이번학기, 틈틈히 y 천사와 만나 갖는 기도시간
감사, 찬양, 힐링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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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산책로/ 조깅코스 리버사이드파크
확실히 맨하탄 west side는 피해가 덜 하긴 한데 파크의 나무들은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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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대학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중보하는 동안에 받은 말씀. 
우리 힘내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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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동포들이 운영하는 새로운 카페 kuro kuma.
커피도 맛나고, 라뗴아트도 예쁘고, 베이커리도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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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을 들어내고, 더 섬기고 싶다는 귀한 언니의 기도제목. 
오직 주님의 도우심으로.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들처럼 바삐 움직이는 뉴욕 동네 사람들 좀 쉬엄쉬엄하라고 하신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잘 쉬었다. 잊지 않고 안부을 물어온 사람들도 넘넘 고맙고. 이렇게 샌디 잘 살아남았어요. 다운타운 사진보니까 완전 데이애프터투머로우랑 똑같던데 학교쪽은 신기할만큼 피해가 없었다. 일본쓰나미때 한국 바람막이 해준 것처럼, east side에 피해 다 입고, west side는 괜찮았던. uws에 살 수 있게 해주심에 첨으로 감사기도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무섭기도 했는데 찬양들으면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선샤인!!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안타까워 하시고 걱정해주시는 부모님. 한 번도 그런말씀 하신 적 없으셨는데, 학위 마치고 한국으로 오면 엄마가 애 봐줄 수 있는데~ 오잉?!ㅎㅎㅎㅎ 엄마는 애들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우리 키우는게 행복했는데, 너는 더 좋아할 것 같다며. 하지만 30대보다 40대가 좋았다고 했으면서!ㅋㅋㅋㅋ 그래요우우우 GCF 유치된 것도 너무 좋고, 한국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우선 공부를 좀 해야 ^____^ 10년후에 나는 어디 있으려나?!(나는야 30대 예찬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