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빵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이어령


꽃은 먹을 수 없지만

빵을 씹는 것보다는 오래 남는다.

향기로 배부를 수는 없지만

향로의 연기처럼 수직으로 올라가

하늘에 닿는다.


들에 핀 백합은 밤이슬에 시들지만

성모 마리아의 순결한 살을 닮은 

흰빛이 대낮보다 밝다.

붉은 튤립은 화덕 속의 빵보다

뜨겁게 부풀어

속죄의 피보다 더 짙다.


짐승처럼 허기진 날에도

꽃은 아무 데서나 핀다.

들에도 산에도

먹지 못하는 꽃이지만

그 씨가 말씀이 되어 땅에 떨어지면

나는 가장 향기로운 보리처럼

내 허기진 영혼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