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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너에게 보내는 마음



그녀의 볼이 점점 빨개지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러더니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알퐁스도테의 '별'에 나오는 장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그 곳은 시끄러운 학교 앞 주점이었고 테이블 맞은편에는
과 친구들이 10여명 가까이 앉아서 최근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경제학 개론 수업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너 취했구나~ 내가 집에 데려다 줄게"

그녀는 순순히 일어서더니
불빛마저 비틀거리는 골목을 지나
굴다리를 지나 자취방이 있는 동네로 걸어갔다.
그는 그녀의 가방을 들고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

그런데 그녀가 짚 앞에 도착하자 갑자기 휙 돌아서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선배! 날 좋아한다고 말해도 돼! 기회는 매일 오는게 아니니까.."

두 사람은 10월이 가기전에 연인이 되었다.

11월이 되자 남자는 말했다. "첫눈이 오는 날 학교 안에 있는 연못 가에서 만나자!"라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꺼워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질 때
진눈개비 같은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자는 교정을 올라가면서 다리보다 가슴이 먼저 뛰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게 첫눈일까? 올라가는 도중에 그냥 비로 변하면 어떻게 하지? 그냥 집에 돌아가야 되나?
선배는 오고 있을까? 문자라도 보내 볼까?'

연못까지 100미터 정도 남았을 떄 눈이 북북 뜯은 탈지면처럼 거칠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눈이 라는 걸 누구나 볼 수 있을 만큼 느릿느릿 내렸다.
그녀는 뛰기 시작했고 불안은 뒤에 남겨졌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연못 앞에 선 선배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말했다.

"하~ 선배가 안 와 있을까봐 오는 내내 걱정했어.
아직 날 좋아하는 지 자신이 없어서 항상 불안했어"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지난 여름에 혼자 등산을 하다가 발목을 삐끗했거든? 그래서 흐린 날은 발목부터 깨.
오늘은 유난히 발목이 많이 아프더라. 그래서 눈을 뜨기도 전에 널 생각했어.
연못에서 널 만나야지 하고. 이번엔 내가 말할 차례인 거 같아.
너 같이 귀여운 앨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오는게 아니야!"

두 사람이다.
눈사람이다.

하얗게 눈 사람이 된 두 사람은 서로를 닮아갔다.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말하다
너에게 보내는 마음

오늘 무슨 꽁트 같았잖아 부조리극 같은거
서로에게 했던 말만 또하고 또하고.

'미안하다'고 해서
'미안한 걸 알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냐'고 '미안하다'고.
그래서 내가 '미안하면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그래도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그렇게 이상한 대화가 이어지는 중에 내가 또 한번 그렇게 말할려고 했거든?
지금까지 나한테 한건 안 미안해도 되니까 그냥 다 없었던걸로 하고 오늘 이것도 다 없던걸로 하자고.
안 미안해하면 되잖아. 그럴 수 있잖아.

그렇게 말하려는데 니 입술이 눈에 들어오더라
나처럼 벌벌 떨고 있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못하겠어서 꽉 깨물고 있는 입술도 아니고
그냥 다물고있는거.

그래서 알았지..
'아... 오늘 너는 그 한마디만 가지고 나왔구나...'
내가 무슨 말만 해도 미안하다 그렇게만 말하겠구나.
내가 너무 늦었구나.

말로 하면 다 풀릴거라고 믿었어

우리가 서로 한번씩 짜증스러워하고 서운해했던 일도 다 서로 말을 안해서 그런거라고
서로 오해가 있어서 그렇지 하루쯤 날 잡아서 묵은 청소를 하듯 다 말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오늘 해도 좋지만 말하면 길어질테고 또 오늘은 좀 피곤하니까 다음에 해야겠다고
니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거 같아도 괜히 물어보면 싸우기나 할 거 같아서 기다리면 어차피 괜찮아질 거니까
니 마음이 제자리로 온 거 같으면 그 때 모른척 말해야겠다고

'나한테 너밖에 없는 거 알지? 너도 그거 꼭 알아라~'

할말이 많이 밀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 쌓아놨는데, 그래서 말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었는데
오늘 니가 가지고 나온 말이 딱 하나네
미안하다


제임스딘이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 같이 오늘을 살라'고

어느 영화 감독은 그 말을 비틀어서 이렇게 이야기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대충보내고 내일 죽을 거 같이 꿈을 꾸지 않는다'고


영원히 사랑할 것처럼 너를 꿈꿨더라면
내일 헤어질 것처럼 오늘 사랑했더라면

대화로 모든 걸 풀 수 있다는 말, 하지만 그건 들어 줄 사람이 기다려 주는 동안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사랑을 말하다
사랑을 말하다
너에게 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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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er on please>

"네가 연애한 지 몇 년 됐지?"

"음.. 12월 되면 딱 6년이지 아마?"

"하~ 대단하다"

"흐~ 내말이"

"야 근데.. 넌 혹시 뭐 좀 그럴 때 없어? 뭐.. 그러니까 아무래도 오래 만났으니까 왜.."

"뭐..  뭐 지겹다는 생각?"

"아니 뭐 지겹다기 보다는.. 뭐 말하자면 그런 거.."

"뭐 가끔 그렇게 물어 보더라 사람들이.. 근데.. 뭐 솔직히 잠깐 그랬던 거 같기도 해 한 1, 2년 전인가.. 

근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안 해 왜냐하면 그냥 원래 나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고

원래부터 내 여자친구가 내 옆에 있었던 것 같고.."



"어.. 너도 그렇구나"

"누가 또 그러는데?"

"아니 회사에 또 너네같이 징그러운 커플 하나 있거든

 그쪽에도 물어보니까 똑같은 소리 하더라

 이젠 지겹다는 말 자체가 되게 낯설고 뭐 남의 얘기 같다고"

"근데 너 왜 갑자기 그런 걸 묻고 다녀? 논문 쓰냐? 뭐 장수커플의 비결 뭐 이런 거?"

"아니 그냥.. 얼마 전에 식구들끼리 다 모여가지고 마루에서 과일 먹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걔하고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2년도 못 채우고 헤어졌는데

우리 부모님은 뽀뽀도 안 해보고 그냥 선봐서 결혼했다면서 30년 넘도록 잘 사시잖아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구...

 그렇다고 엄마 아빠한테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잖아

 '아니 두 분은 왜 이때까지 안 헤어지셨어요? 안지겨우세요?' 그래서 그냥 너한테나 물어본 거지 뭐..

 비결이 뭘까?  그렇게 별나게 사랑했던 우리는.. 이렇게 빨리 헤어지고

 우리 부모님이나.. 너나..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사랑하면서 살지?"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난다"

"뭐"

"뭐.. 옛날에 어떤 유명한 화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애인한테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얼굴에 난 점이랑 여드름까지 다 그렸대... 그러니까 그 여자가 좀 싫어하면서 그랬겠지

 '어~ 이런 건 좀 지워주시지~흥흥' "

"그냥 네 목소리로 말하면 안 돼?"

"어 미안... 암튼 그런데 그 화가는 싫다고 했대 나는 네 점도 너무 귀여워가지고 그거 꼭 그려야겠다고..

 근데 그 여자는 계속 그거 지워달라고 하고.. 이 화가는 싫다고 하고.. 뭐 그러다가 헤어 졌대"

"뭐?"

"그렇게 유명한 화가랑 그런 화가를 반하게 만들만큼 멋진 여인이  헤어지는 이유는 그런 식인거지

 너무 다양하고.. 사소하고.. 

근데 안 헤어지는 이유는 그 이유에는 별게 없대

그냥 좋아서 만나다보니 1년이고 싸웠다가도 참고 그러다보니까 5년 되고 

정들다보니 10년이고 결혼해 살다보니 30년이고.."

"야 그 화가 이름이 뭐냐?"

"아 몰라~ 옛날 사람이고 유명했고 저 뭐 네덜란드 사람인가?"

"네덜란드면 렘브란튼가? 고흔가? 아 몬드리안?"

"어? 어 그래그래 모.. 몬드리.. 뭐.. 그 사람인가보다.."

"근데 몬드리안이 초상화를 그렸다고?"

"아.. 진짜.. 야!!  넌 네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 내가 이때까지 한말 뭘로 들었냐? 

사소한 거에 연연하지 말라니까 .. 그냥 그런가보다, 그럴 수도 있나보다 하고 통째로 이해를 해야지"

"알았어.. 에이 괜히 모르니까 성질내고 그래.."

"아이 그냥 받아들이라고.. 통째로 이해하라고.. 응?"

불행한 커플은 늘 이유가 많다고 하죠

무엇이 맞지 않고 무엇이 서운하고

너의 무엇이 견딜 수 없이 피곤하다고..



하지만 행복한 커플은 별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이 그냥 그 약한 몸으로 잘 살듯이

원래 안 예쁜 사람이 그냥 그 얼굴로 잘 살듯이

그렇게 살았다고 합니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