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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힘겨워 할 그대에게
너에게 보내는 마음



연달아 이별 소식을 듣는다. 감기 전의 두통처럼 진작부터 조짐이 보이던 것도 있고, 센 바람에 쾅하고 닫힌 창문처럼 갑작스러운 것도 있다. 어떤 경우건 이별은 힘들다. 얼빠지고 넋이 나가는 데다가 누구 얘기처럼 '마음이 아프다가 마음이 슬프다가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괜찮은 것같기도 하고 죽을 것 같기도 한 날들이 반복되면서 마음은 넝마가 된다. 나는 애인과 헤어진 친구를 만나서, 함께 그 남자를 욕하거나 끝내길 백 번 잘했다고 부추기지 않는다. 인사불성이 도리 만큼 함께 술을 마시고 끌어안은 채 울지도 않는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며 다른 남자를 소개하지도 않는다.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온다'는 문자를 받으면 '집에 와'라고 답을 보낸다. 친구는 새벽 4시에 덜 마른 머리인 채로 맨발에 프로스펙스 슬리퍼를 신고 온다. 그 얼굴은 절박하지만 나는 그냥 하던 일을 한다. 고양이도 잠이 든다는 새벽 4시에 친구는 이마에 손을 올리고 내 침대에 누워있고 나는 자판을 두드린다. 딱히 쓸 게 있어서는 아니다. 담배냄새를 싫어하지만 베개 옆에 다 먹은 민트통을 놔주고 우는 것 같으면 헤드폰의 볼륨을 높이는 정도다. 헤어지고 나면 세상에 내 편은 없다고 느낀다. 갑자기 슬프고 갑자기 눈물이 나고 갑자기 우습다. 혼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무서워진다. 그걸 다 아니까 온다면 오라고 하고, 부르면 간다. 너무 신경을 쓰면 자주 못 오고 만나잔 얘기도 망설인다. 미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눈치 보게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널 위해 모든 걸 제치고 여기 왔잖아' 같은 태도는 안 보인다. 다른 친구들과 술을 먹고 널부러져 있는 테이블에 나중에 가서 쌈장에 빠져 있는 휴대폰을 꺼내 닦아주고, 취해서 헛소리를 하는 옆에서 마감뉴스를 보고 치킨을 먹다가, 깨고 나면 대리기사를 불러 집에 보낸다. 이 정도면 별로 큰 폐는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만 돌본다. 지난 달, 세명의 친구가 애인과 헤어졌다. 밤에 운전을 하는 일이 많아졌고 휴대폰은 늘 완전히 충전시켜 둔다. 문자가 오면 바로 답을 보내고 전화가 오면 벨 소리가 세번을 넘기기 전에 받는다. 문 닫기 직전의 카페에 앉아있는 일도 늘었다.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쪽이지만 얘기를 하는 동안 몸 어딘가가 친구에게 닿게 앉는다. 헤어지고 나면 만지고 만져졌던 기억도 그립고 원하게 되고, 온몸이 휑뎅그렝하게 느껴질 때 손가락이나 무릎이 닿는 촉감은 애인의 것이 아니어도 위로가 된다. 대부분 이별하고 난 후엔 화가 너무 나서 온갖 욕을 해댄다. 얘기를 듣다보면 세상에 그런 이상한 사람이 없어서, 어느새 그는 오징어 촉수와 성냥갑과 곰눈과 음식물 쓰레기를 합친 것보다도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럴 땐 맞장구를 치지 않는다. 저주의 말을 모은 문자를 보내려고 할 때도, 전화해서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퍼붓겠다고 할 때도 말린다. 왜냐하면 분명히 후회할 테니까. 이별 후에 한 마음에 없는 못된 말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와 꽂힌다. 그리고 그건 그의 냄새나 말투, 걸음걸이보다 더 오래 남는다.

 

 모두 이별을 하고, 헤어지고 나면 누구나 힘들다. 기우뚱하게 눌린 베개를 봐도 눈물이 나고 껌종이 뒤에 그가 써놓은 중국집 배달 전화번호 하나도 버리지 못한다.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호떡을 든 채 울기도 하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다리가 없어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가엾어, 같은 문자도 누군가에게 보내고 그게 슬퍼서 또 운다. 다 안다. 다 겪었으니까. 그러나, 헤어진 후의 친구들에게 정작 말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다. 헤어진 건, 헤어질 수 있어서다. 헤어질 수 있을 만큼만 사랑한 거고, 그러니까 괜찮다.


꽃처럼 웃었던가  -강지영, GQ-


김정은은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는 아니다. 하지만 약 2년을 사귄 남자로부터 전화로 이별통보를 받고도 이곳저곳에서 밝은 표정으로 연기하고, 음악쇼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유가 어머님의 반대였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어머니 마음에 들도록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그도 찬 한심하다. 그렇게 반대했던 사이라면 그렇게 공개적으로 이리저리 얼굴 내놓지 말고 김지수-김수혁처럼 조용히 사귀던지. 내가 당신을 지켜줄거에요.따위의 약속을 이서진도 김정은에게 했겠지. 지키지못할 약속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