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소설을 골라 발표를 해야했던 고1 국어 수행평가 때문이었다. 엄마한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어보라고 하셨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 책은 현대의 여성상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한국온지 얼마 안되서 아빠가 쉬크한듯 무심하게 <즐거운 나의 집>을 주시면서 "읽어봐라. 재밌더라." 하셨다. 원서에 질려있던 난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렸다.
몇 번이나 이혼을 하고 각각 아빠가 다른 세아이를 키우는 작가에 대한 소설. 큰 딸의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딸 위녕은 나보다 어린 나이인데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정사를 감당해내는 게 너무 기특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이나 사랑에, 남자에 데였던 여작가가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신기했고.
그럼 공감갔던 구절들.
"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니인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하구." p17
사랑을 한다는 것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산 사람의 몫이니까. 산 사람은 키와 머리칼이 자라고 주름이 깊어지며 하루에 천개의 세포를 죽여 몸 밖으로 쏟아내고 쉴 새 없이 새 피를 만들어 혈관을 적신다.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어제의 나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또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인 것이다. 이 이상한 논리의 뫼비우스 띠가 삶일까? p47
"위녕,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공부하는 것도 행복하게 하고, 먹는 것도 행복하게 먹고, 자는 것도 행복하게 자고." p47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 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p85
"... 아빠는 언제가 행복해?" ...
"행복? ... 최소한, 딸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지금은 아니지..."
"그래, 지금은 아닌데... 그래도 행복할 때가 말이야."
아빠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없어."했다. 약간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없어."라는 아빠의 대답은 단호했다.
"어떻게 행복한 때가 없어?"
나는 이번에는 "엄마는 매일 아침 행복하다는데."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거 없어. 산다는 건 견디는 거야. 의무를 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위해 노력하면서..." p102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둥빈의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깨달았다. 엄마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엄마를 그토록 아프게 했던 그 사람을, 그 사람이 그렇게 하기 전에, 혹은 그렇게 하고 나서도, 엄마가 마음으로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헤어진다고 해서, 곁에 두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있을 수 없지만, 멀리서라도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그제야 엄마를 따라 내 마음도 아파졌다. p186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건반을 연습히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훌륭한 무용가가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정확한 동작으로 억제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p228
울고 웃고 죽고 살고.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한순간에도 수많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뭐 특별한 일들도 아니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며 울다가 웃는다... 하지만 겪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p309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p341
그리고 한국온지 얼마 안되서 아빠가 쉬크한듯 무심하게 <즐거운 나의 집>을 주시면서 "읽어봐라. 재밌더라." 하셨다. 원서에 질려있던 난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렸다.
몇 번이나 이혼을 하고 각각 아빠가 다른 세아이를 키우는 작가에 대한 소설. 큰 딸의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딸 위녕은 나보다 어린 나이인데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정사를 감당해내는 게 너무 기특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이나 사랑에, 남자에 데였던 여작가가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신기했고.
그럼 공감갔던 구절들.
"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니인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하구." p17
사랑을 한다는 것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산 사람의 몫이니까. 산 사람은 키와 머리칼이 자라고 주름이 깊어지며 하루에 천개의 세포를 죽여 몸 밖으로 쏟아내고 쉴 새 없이 새 피를 만들어 혈관을 적신다.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어제의 나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또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인 것이다. 이 이상한 논리의 뫼비우스 띠가 삶일까? p47
"위녕,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공부하는 것도 행복하게 하고, 먹는 것도 행복하게 먹고, 자는 것도 행복하게 자고." p47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 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p85
"... 아빠는 언제가 행복해?" ...
"행복? ... 최소한, 딸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지금은 아니지..."
"그래, 지금은 아닌데... 그래도 행복할 때가 말이야."
아빠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없어."했다. 약간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없어."라는 아빠의 대답은 단호했다.
"어떻게 행복한 때가 없어?"
나는 이번에는 "엄마는 매일 아침 행복하다는데."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거 없어. 산다는 건 견디는 거야. 의무를 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위해 노력하면서..." p102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둥빈의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깨달았다. 엄마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엄마를 그토록 아프게 했던 그 사람을, 그 사람이 그렇게 하기 전에, 혹은 그렇게 하고 나서도, 엄마가 마음으로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헤어진다고 해서, 곁에 두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있을 수 없지만, 멀리서라도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그제야 엄마를 따라 내 마음도 아파졌다. p186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건반을 연습히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훌륭한 무용가가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정확한 동작으로 억제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p228
울고 웃고 죽고 살고.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한순간에도 수많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뭐 특별한 일들도 아니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며 울다가 웃는다... 하지만 겪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p309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