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우리는 점이다
코와 흉터 사이
혹은 입과 가슴 사이
아주 알 수 없는 이야기처럼 뭉쳐져
떡하니 표면에 돋아난 무엇
우리는 점이라서 떠돈다
환상을 본다
가끔가다 시큼털털한 문장을 떠올리고
그것을 외우기 위해 머리를 강요한다
우리는 점이라서 감정이 작다
특히 한 번도 몰아붙인 적 없는 결단 같다
우리는 점이라서 몰려다니지 않는다
점이어서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닮아갈 수도 없다
우리는 점이어서 바라볼 수 없다
점이어서 달린다
점이어서 분열한다
그러므로 나는 눈으로 내릴 것이고
그러므로 나는 내가 될 때까지
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