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난감이 아이의 사랑을 받음으로써 닳고 닳아야 비로서 생김새는 초라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닌 '진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일이다. 잘 깨어지고, 날카로운 모서리를 갖고 있으며, 또 너무 비싸서 장식장 속에 모셔 두어야 하는 장난감은 위험하고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에 아이가 사랑하게 않게 되고, '진짜'가 될 기회를 잃게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모난 마음은 동그랗게 ('사람'이라는 단어의 받침인 날카로운 ㅁ을 동그라미 ㅇ으로 바꾸면 '사랑'이 되듯이), 잘 깨지는 마음은 부드럽게, 너무 '비싸서' 오만한 마음은 겸손하게 누그러뜨릴 때에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는 사랑받는 만큼 의연해질 줄 알고, 사랑받는 만큼 성숙할 줄 알며,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 안다. 진짜'는 아파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간판을 이마에 달고 다니는 나도 정작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모른다. 걸핏하면 모서리 날카로운 네모가 되고, 걸핏하면 당연히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듯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니까'하는 거만한 마음을 갖고, 또 걸핏하면 내가 거저 받는 그 많은 사랑들도 적다고 투정한다.
한 번 생겨나는 사랑은 영원한 자리를 갖고 있다는데, 이 가을에 내 마음속에 들어올 사랑을 위해 동그랗게 빈자리 하나 마련해 본다.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할 줄 아는 '진짜' 됨을 위하여.
고 장영희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