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f @ museum of modern arts
1월에는 정말 새해같지 않았는데 2월이 되니 새해라는 것이 실감나고 있다. 역시 음력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의식하고 그런 건 아닌데 마지막 학기에 인텐스하게 <뉴욕의 대학생> 삶을 만끽하고 있다. 엘프가 와있을 때 Tim Burton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모마를 비롯해서 첼시의 수많은 갤러리들,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NBA 경기를 봤다. 그리고 어제는 카네기 홀에서 New York Philharmonic의 공연을 보고 오늘은 블리커에 있는 (le) poisson rouge라는 공연장에서 젊은 음악가들로 이루어진 metropolitan ensemble의 아이티 fundraiser 콘서트에 다녀왔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신경세포들이 자극되는 느낌이라서 신난다. 가끔 뉴욕은 sensory overload일때도 있지만 이런 자극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뉴욕필 공연의 repertoire은 매우 신기했다.
Wagner's Rienzi Overture은 무난했으나 Magnus Lindberg라는 작곡가의 Clarinet Concerto를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요즘 듣고 있는 클래식 음악과는 다르지만 충분히 명작이라고 느껴질만큼 훌륭했다. Kari Kriiku라는 clarinetist도 정말 최고였다. 어렸을 때 오케스트라에서 플룻을 연주할 때 클라리넷의 range가 얼마 정도인지 몰랐는데 이 연주를 들으면서 상당히 높이 또 낮게 내려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clarinet timbre를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piece. 작곡가도, 연주가도 모두 핀란드 출신.
그리고 Sibelius Symphony No 2. 시벨리우스 역시 핀란드 사람. 일부러 뉴욕필이 이렇게 한건지 알수는 없음. 아직 음악 수업에서 낭만파를 자세히 다루지 않아서 이론적인 것은 많이 눈치챌 수 없었지만, 하모니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래도 낭만파 중 나의 페이보릿은 라흐마니노프. 원래 앙코르 잘 안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해준다며 시벨리우스의 Valse Triste (Sad Waltz)도 해줬음. 학생 티켓($10)으로 간 건데 자리도 너무 좋아서, 나 이렇게 카네기 홀과 사랑에 빠졌다.
오늘 간 건 공연티켓부터 식사비까지 100% 모두 아이티에 기부되는 fundraiser. 젊은 전문 음악가들로 구성된 앙삼블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상큼했는데 연주도 너무 잘해서 즐거웠다. 발렌타인 스페셜이라서 노래도 연주가들이 직접 골랐는데 내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 Vocalise, 드뷔시의 Clair de Lune 뿐만 아니라 contemporary classic 도 들을 수 있었다. 내 또래 되보이는 음악가들도 많았는데 음악에 취해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이래저래 자극 되는 날이었다.
두 공연 모두 아시안, 특히 바이올린에는 한국 사람이 많아서 또 감동받았다. 뭔가 그런 세계적인 무대에 선 다는 것이, 그리고 젊은 음악가들은 시간을 내어 직접 곡을 골라 아이티를 위해 그렇게 아름답게 연주한다는 것이. 나도 내 위치에서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내뿜는 그런 공부/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주말이었다.
카네기 홀에 또 가고 싶고, 빌리 엘리엇 뮤지컬도 보고 싶다. 5월 초엔 corinne bailey rae가 뉴욕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예매해 두었다. 아직도 하고 싶은 문화 생활은 너무나도 많다. 다음 주엔 오랜만에 met에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