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돌아와서 싸이-트위터-텀블러 점핑하다가 한글로 글을 쓰고 싶어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인터넷 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옵션이 참 많은데 티스토리하면 일기장쓰는 느낌? 그런데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싸이앱과 echofon 덕분에 트위터를 더 하게 되는 것 같아. 티스토리 앱은 느리다 (폰으로 블로깅 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하는 것도 잠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내가 제일 늦게 스마트폰을 마련했는데 겨울방학때만 해도 일반폰을 갖고 있던 가족 마저도 언제부턴가 아빠엄마는 안드로이드폰, 동생도 아이폰이란다. 가끔씩 장문의 이멜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이젠 카톡으로 궁금할때마다 슝~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편지가 좋다.
얼마 전에 만 24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젠 생일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고, 나보다 엄마가 먼저 생각나는 날이 되었다. 주위에서 갖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었는데 물론 갖고 싶은 것은 끝도 없고, 꼭 필요한 것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말해주고 받으면 두근거림이 없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물론 편지와 책. 처음에 방에 들어왔을 때는 방이 윗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소파대신 침대 하나, 매트리스 하나) 점점 책으로 넘쳐나고 있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읽지못해도 갖고 있는 것도 좋다. 고3때는 책상 위 책꽂이, 벽에 따로 놓았던 책장 2개에다가 면학실 책꽂이까지 썼었던 기억이.
저번주 금요일부터 봄방학이 시작되어 고등학교 친구/선배들과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마치 학교에 간 기분이었다. 뉴욕에서 항상 듣는 앰뷸런스, 길거리 사람들의 소리 등이 하나도 안 들리는 펜션이 낯설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그 느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날 발견했고, 강남보다 수지가 더 좋다고 끄적였던 때가 기억났다. 뉴욕에서 벌써 5년째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데 다른 곳을 고르라면 맨하탄에선 btw amsterdam - central park west on 68-90th street, west village, brooklyn, 뉴저지에선 palisade park.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내겐 뉴욕은 참 좋은 곳인데 그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박사 1년차는 적응이 쉽게 되지 않았다. 읽고, 공부하고, 연구할 것이 너무 많아서 다 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다른 것에 시간을 배분할 수 없었다. 20대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본기를 단단히 다져놓지 않으면 나중에 몇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말을 읽었다 (전 UN대사 김현종 인터뷰 in 버들꽃나루 2011년2월호). 매일 내 한계를 느꼈지만 그럴수록 사명과 비전을 되뇌이고,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수 많은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뎠다. 그런데 벌써 1년차 4분의 3이 지났다. 한국에 갈 날도 54일! 이번엔 오래 있지 못할 것 같다.
흘러간 3/4 academic year를 되돌아보면 음식으로 기억한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주로 식사시간에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듯. 3월 9일에는 아침 QT모임에 내가 젤 좋아하는 케잌 종류인 carrot cake, tiramisu로 시작해서 1년차 친구들이 깜짝 놀래켜준 노래하는 촛불이 꽂힌 apricot tart, almond croissants, chocolate brioche와 내가 아끼는 르빵의 berry tart와 lemon tart를 먹었다. carbohydrates overload lol 또 새로운 사람과 1학년때 알았던 언니를 동시에 만난 totto ramen, 빨강 라운드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던 ouest, 봄이 온 줄 알고 신났던 날 인테리어-서비스-음식이 모두 완벽했던 bar boulud, 새롭고 신선했던(refreshing!) 리조또를 자랑하는 barolo, max soha를 능가하는 pisticci. 맛있는 곳이 이렇게 많다니.. 그런데 아직 블룸앤구떼 carrot cake 만큼 맛있는 곳은 뉴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ㅠㅠ
가끔한 문화생활은 주로 책방 방문. 언제나 감동인 mitsuko uchida @ carnegie hall, first movie of this year: king's speech with amazing colin firth @ amc lincoln cntr, 내겐 영원히 길모어걸인 alexis bledel이 나온 연극 love, loss and what i wore, modern life: edward hopper and his time @ whitney. 이게 전부. 그래도 클래식 콘서트, 영화, 연극, 미술관 방문 한번씩 했네. 빌리 엘리엇 뮤지컬 진짜 보고 싶은데 언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못 가더라도 hopper의 노을 그림들을 처음으로 봐서 참 좋았던 이번 봄방학.
Cape Cod Sunset _ 1934
그리고 지금까지 본 georgia o'keefe 작품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Ladder to the Moon _ 1958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