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정신없었던 2월이 지나가고 요즘은 머리와 몸은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참 평안한 나날들이다. 지인들도 나도 놀랄만큼. 이전의 경험과는 너무 다른. 그래서 아버지, 함께 해주셔서 붙어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 기도가 제일 먼저 나온다. 괜찮다가도 뜬금없이 아.. 이런 순간들도 있지만 그럴 때 성령께서 조용히 속삭이는 음성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때로 나 자신의 연약한 부분으로 인해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뜻하신 바를 반드시 성취하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깨닫게 하셨다. 그리고 말이 둔한 모세에게는 동역자로 언변의 은사가 있는 아론을 동역자로 붙여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동역자를 붙여주신다는 것. 믿음의 동역자들은 어디에 있던지 상관없이 성령의 띠로 묶어주시다는 것.
모세때는 여호와이심을 알게 하셔야 했기 때문에 직접 나타나셨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지극히 불완전한 자를 쓰시는 사례들이 넘처나는 성경책과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서 임재하심을 알게 해주시는 것 같다. 매일읽는 생명의 삶, 성경 통독 부분이 내게 필요한 말씀으로 넘쳐나고, 유치하게 하나님 보고 싶다고 얼굴 구하면 세미야세미야 하고 말 걸어주신다 (출애굽기 3장에서 모세야모세야처럼).
처음으로 잠을 내려놓은 사순절. 새벽기도를 나간지 열흘 정도 되었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새벽기도가 교회에서 있어서 저번 주일엔 방에 앉아 웅크리고 intimate moment를 보내고 주일학교에 나섰다. 모래위의 집 vs 반석위에 지은 집 (마태복음 7:24-27)에 대한 설교말씀을 듣고 꼬마친구들과 그에 맞는 색칠놀이 하는 시간! 주일마다 다른 아이와 색칠놀이를 하는데 그 날은 목사님의 세살된 막내딸 채은이와 함께 했다. 색칠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가위로 집을 오려내고 다른 종이에 붙이면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채은이 집은 어떤지 얘기하고. 기분에 따라서 재잘거렸다가 아니었다가 하는데 그 날은 좀 조용한 날이었다.
색칠을 안해서 좀 일찍 끝나 노랑색 종이로 하트를 접어주면서 "세미 선생님이 채은이 사랑해요"라고 말해주었더니 방긋 웃음. 그러더니 나긋한 목소리로 "세미 선생님 울었어요?" 기도한지 다섯시간도 지난 때였는데 티가 났을리가 없고. 순간 당황해서 아니라고 그랬는데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며 날 안아주었다. 그 순간엔 몰랐는데 예배드리고, WASH 조 섬기고, 공부하고 밤에 잠 들기전에 신명기 읽고 자기 전 기도하다가. 아아, 하나님이셨군요.
요즘 새벽기도와 아침큐티를 같이 하는 멤버중에 뉴욕에서 화가로 데뷔한 언니는 삶 자체가 간증이다. 시설이 안 좋아도 괜찮으니 제일 싼 작업실을 달라고 구했더니, 하나님이 왜 내 능력을 제한하냐고 하셔서 그럼 제일 싸고 좋은 데로 보내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새로 생긴 갤러리에서 artist in residence와 같이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받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뉴욕에서 갤러리 전시하려면 통상 오히려 예술가가 지불을 해야되는데. 이 외에도 너무 많은 간증의 순간들. epiphanies.
그렇게 언니가 거기서 작업을 한 전시 내용은 바로 갈라디아서 5:22-23에 나오는 9가지 성령의 열매. 사랑, 기쁨, 화평, 오래참음, 친절, 선함, 신실, 온유, 절제. 스무살 때 처음 진지하게 생각해봤던 구절인데 그 때는 화평을 구했었고, 스물두살에는 내 힘으로 선하고 친절하려다가 예수님의 보혈 없이는 안 된다는 걸 처절하게 깨우쳤다. 1년반전에는 오래참음이 부족함을 고백했었다. 지금도 제일 부족한 건 인내인듯.
sangmi moon _ patience
이게 "오래참음" 작품인데 이 무명 작가의 전시를 보고 뉴욕에 지점을 오픈하러 왔다가 우연히 들른 인사동에 유명한 sun gallery의 관장님은 그 나이에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고 얘기하셨다고. 페인트를 부은 후에 mixing되는 과정을 지켜본 후에 화학적으로 저렇게 파랑색 틴트가 조금씩 올라왔는데 파랑은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님이 자아를 파내시고 예배시키면서 돌가루를 뿌려도 금빛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언니의 설명. 오래참음에 대해서 묵상하고 있었는데 딱 지금 언니를 알게 되다니. 기도하면 할 수록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라고, 놓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난 신실하고 인자한 너의 아버지라고 응답하신다. 그 때가 언젠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내가 비워지고 하나님으로 채워질 때 주님의 능력과 은혜를 가져오는 통로로 쓰시고, 더 사랑으로 대해주실거라는 약속. 내가 마음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랑해본 적 없는 성향의 사람까지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사랑하라고.
이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갑자기 연락이 오기도 하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사랑하시고 복주시길 원하시는 여호와이심을 계속 생각하게 해주신다. 말라위도 더 사랑하게 하시고, 정말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던 파리도 우연한 기회로 7월초에 가게 될 거 같고 :) :) :) 그 후엔 서울로 보내주실거죠?! 아니라면 어디로 보내실지 기대되는 twenty-twelve summer. 또 반짝이는 별과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시고, 나도 그렇게 지쳐있는 영혼에게 따뜻함이 되는 사람이 되길.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해주시는 분을 알면 알 수록 더 전하고 싶어서 요즘은 쓰는 글마다 이런 내용인 것 같다. 아끼는 사람에게 좋은 거 주고 싶고, 나누고 싶은 것처럼,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도 사랑의 하나님을 알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나님은 쓸모없는 나무조각 같은 우리를 보물로 만드실 수 있는 분. 내 모습 이대로 받아주시는 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를 허락하시는 분. 우리가 그 초대를 받아들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