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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는 마음/따스한 치유

요즈음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엔 문학평론가가가 되려면 성경을 읽는 것이 필수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교수님 역시 성경 내용을 훤히 알고 있읍니다. 특히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나름대로 주석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왜 그분이 크리스천이 아닌지를 경청했습니다. 그분의 요지인즉, 예수 믿는다는 사람들의 비성경적인 삶을 보면 도무지 예수 믿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그분이 우리의 실상을 드러내는 거울인 동시에 교사가 되어 준 셈입니다... 그때 이어령 교수님은 강의를 이렇게 끝맺었습니다. 

"저는 심정적으로 불교 신자는 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이 인자하고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진리를 좇는 구도자가 그렇게 살이 쪄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진리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린 깡마른 예수를 심정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마가 다락방에 나타나셨을 때 그 현장에 도마는 없었습니다. 도마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제자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요. 팔일 후에 다시 제자들을 찾아오신 주님께서는 여전희 의심하는 도마에게 부활의 증거로 고난의 자국을 보여 주셨습니다. 손바닥에 난 못 자국, 옆구리의 창 자국이 부활의 증거였지요. 오늘날 고난의 자국을 보여 주는 교회가 있으면 제게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기꺼이 그 교회 교인이 되겠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교인들은 모두 영광의 자국만 보여 줍니다. 출세의 자국만 자랑합니다. 제가 성경을 읽고 제가 이해한 예수님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멉니다. 그러므로 저한테 고난의 자국을 보여 주는 교회를 소개해 주십시오."

 from 비전의 사람 _ 최재철 

여러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창세기, 욥기, 요한복음과 누가복음서가 필수인 1학년 문학수업으로 시작해서, 로마서, 히브루 성경으로 읽는 출애굽기, 코란, 다윈, 니체를 읽었던 필수 2학년 철학수업. 그리고 중국, 일본, 한국의 불경과 논어 및 맹자를 읽었던 2학년 가을. 진리에 대한 온갖 생각을 구겨넣다보니 3학년 때 아예 놓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작정 비판하기 전에 우선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아시아 사상수업도 들었던 것 같다. 또 믿는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통독한 적 있는지 돌아보는 포인트이고.

교회에 대한 비판은 중요한 부분이다. 성도 한 명 한 명이 portable temple이라는 걸 인지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세워지고, 생명력있는 교회가 너무나도 필요한 시점.

그렇다보니 무신론자로써 쓰신 글과 시가 있는 <지성에서 영성으로>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많았었다.

무엇보다도 은혜로운 건 76세에 믿음을. 그 뒤에 쌓여진 따님의 눈물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