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아빠한테 뭔가 사달라고 말하면 언제나 허락되었던 것은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수입의 더 많은 부분을 베푸는데 쓰려고 노력중이나 답답하면 집 앞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서 기도할때도 있지만 금요일에는 책방에 갔다. 모든 섹션을 차근차근 돌면서 찾아보는데 돌아돌아 오르한 파묵 책을 들었다 (그리고 Jules Renard's Nature Stories & Keynes'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 Money). 그랬더니 캐쉬어가 파묵 아저씨가 자기 BFF라고 자랑했다. 잠시 멍때리고 있는 내게 굉장히 자주 오신다고 귀뜸해줬다. 아 맞다, visiting scholar로 학교에 와계셨지.
"it was the happiest moment of my life, though i didn't know it. Had I known, had I cherished this gift, would everything have turned out differently? (pg 3)"
책을 고르고 나서 홀푸즈에서 젤 좋아하는 new england clam chowder를 사왔다. 요즘 얘네들을 돌아가면서 먹고 있다. 매일아침 오렌스의 블렌드+두유, 물만두, 두부+팽이버섯+청경채, 무우말랭이, 블루베리+무슬리+greek yogurt, 사과당근오곡스무디, 크랜베리+feta cheese+참치 or 토마토+아보카도+사과+레몬드레싱 시금치 샐러드.
먹는 얘기 하니까 호두과자, 떡볶이, 월남쌈 먹고싶다ㅏㅏ 두개는 해 먹으면 되지만 호두과자는.. 음ㅎㅎㅎ
보송보송한 목도리 두르고, 호두과자 호호 불어먹는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기후변화를 몸소 느끼는 뉴욕의 날씨. 10월 10일인데 29도라니. 지금 TA하는 수업에서 한창 나오는 내용인데. climate change modeling. climate change adaptation에 관련된 연구, 특히 농업-개발학(nutrition, credit constraint)-ecology(soil nutrient, biodiversity)를 엮는 연구, 개도국 에너지 leapfrogging에 대한 연구하도록 주님이 지도교수가 되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는데 (마땅히 하는 교수가 없어서..), 사람들을 붙여주시거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게 하심으로써 연구주제/기회가 쏟아지는 10월이네. 하하하 다 도와주실거죠?
나누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더욱 생각하는 요즘이다. 뉴욕에 있다보면 (그리고 오히려 서울은 더)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집착하게 된다. 점점 더 '내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걸. 그리고 내가 편하게 느끼는 생활방식, 음식, 책, 옷을 알아가니 더 가지려고 하는 마음을 다스리게 되고, 베풀 때 더 행복한 것 같다.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내가 나도 신기하다. 분명히 블랙피코트랑 예전에 봤던 phillip lim 백이 갖고 싶었는데 이제 마음이 식었어. 우리가 사는 사회는 돈, 평판, 힘을 축적하면 행복할 거라고 세뇌하려 하지만 맡은 자리에서 친절, 정의와 공의를 베푸는 것을 지향하게 되는걸까. 한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는 아니지만 나 혼자가 아니기에 생명력 있는 말씀이 있기에 지속가능하겠지.
listening to autumn playlist via spoti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