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생각한다 _ 정수복
너에게 보내는 마음


작년 여름 한국에 있을 때 정수복씨의 <<파리를 생각한다: 도시 걷기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적어놨던 것. 

지금은 <<파리의 장소들 : 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을 읽고 있다. 

읽고 상상할 때가 행복하다ㅎㅎ


22  파리에 대해 근거 없는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파리에도 불평과 불만거리가 많다... 그렇다고 그런 불만과 불평에 사로잡히면 파리의 본모습을 볼 수가 없다. 무엇이든 귀한 것은 즉각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법이다. ... 파리의 불편함에 짜증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단계를 넘어서 겉껍질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파리는 자신의 매력을 서서히 드러낸다.

'자기만의 순간'을 만들기를 권한다. 몇 개의 장소와 내밀한 개인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기술이다. 파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길을 걷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227 화려함 속의 멜랑콜리
파리의 화려함 뒤에는 알게 모르게 옷을 적시는 가랑비처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영혼데 스며드는 달콤한 멜랑콜리가 숨어 있다. 그런 분위기는 자신에 차고 현재에 만족감을 느끼며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느낌을 주는 장승기의 신흥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다. 파리는 정점에 도달했다가 하강기에 들어서서 세속적 영광의 허무함을 알게 되고, 지나간 과거를 장기적 관점에서 뒤돌아보는 시점에 있는, 그렇지만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도시다. 파리에서는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지만 점차 희미해지는 과거의 영광, 아련한 노스탤지어, 이루어지지 않은 꿈, 무너져버린 환상의 허무함, 무언지 모를 결핍감, 안타까운 상실감이 느껴진다. .. 그렇지만 파리에서는 그렇지 않다. ... 파리의 멜랑콜리는 행봉한 고독감을 주는 달콤한 우울이다. ... 파리에는 세상에 대한 긍정과 세상에 대한 부정, 삶의 기쁨과 무의미, 화려함 속의 쾌활과 고독 속의 우울이 공존하며 때로 갈등하며 때로 조화를 이룬다.

il n'ya pas de pas perdu 헛걸음은 없다

41 흥분과 평화 어느 길을 걷다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또 다른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물론 나의 마음 상태에 따라 파리의 똑같은 장소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계절과 시간과 날씨에 따라 똑같은 장소가 다른 느김을 준다. .. 갔던 곳을 자꾸 다시 가면서 그 변화를 발견하는 것이 파리 산책의 묘미다.

57우리 안에 들어 있는 식민지 근대성을 넘어서는 길은 서구 근대성의 뿌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적 근대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오레인탈리즘이 비판받고 탈식민주의 담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 서구 근대성의 확대 재생산인 셰게화의 열풍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적 근대성의 창조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근본적인 과제이다.

74 언어 속의 걷기
거닐기 산보, 산책, 만보 소요, 어슬렁거리기, 배회, 방랑, 유람
소요 슬슬 걸어 돌아다님
산책 한가한 기분으로 이리저리 거니는 행위
만보 한가로운 마음으로 걷는 걸음
산보 머릿속을 비워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외부에서 일어나느 현상들에 아무런 구애 없이 자신을 맡기며 걷는 행위

walking strolling wandering promenading loitering sauntering drifting ambling meandering roaming cruising
aimless wandering
배회하다 걷는 것

marche promenade flånerie errance balade randonée vagabondage parcourt badeaudage déambulation
플라느리
마르슈 기계적 동장, 프로므나드 감정 중립적, 에랑스 정신없이 헤매기
바가봉다주 넓은 지역 오랫동안 정처 없이 떠돌기, 랑도네 비교적 긴 산책
플라느리 일상의 생활에서 짧은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그리 넓지 않은 범위를 한가롭고 기분 좋게 걷는 행위
boire, manger, bavarder, s'amuser, flåner
qu'allez vous découvrir aujourd'hui?
자기 자신을 도시에 흐름 속에 떠맡기고 그때그때의 기분과 호기심에 따라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서서히 발길을 옮기는 산보객이다.

101
편안하고 나른한 부르주아지 8, 16
조금 가난 활기 19, 20
거만하고 우아한 귀족적 분위기 7구
젊은 학생들 5,6
문화예술인, 동성애자 자유로움 4, 12
프티브루주아 14, 15
환락가, 흑인, 아랍 18
차이나타운 아시아인 13
공공검눌 사무실 1, 2
백화점, 상가 9
파리가 도시 공간의 획일화에 거부하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각각의 캬르티에가 여전히 고유한 색깔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