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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june july 08 reading list

michael pollan_ omnivore's dilemma
w. somerset maugham_ moon and sixpence
그레천 데일리, 캐서린 엘리슨_ 에코벤쳐
김연수_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류시화_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_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알랭드보통_ 우리는 사랑일까 (2번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_ 사랑에 관한 연구
공지영_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_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_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제레미 머서_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정석범_ 어느 미술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기행

하하 원서는 2권이군. 바람직한 여름방학이야. 원래 계획은 한달에 10권씩 읽는 거였지만 뭐 나쁘지 않아. 어차피 3학년 때는 읽고 싶은 책은 보지 못할테니 손이 가는 책을 앞으로 남은 30일동안 읽어보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_사랑에 관한 연구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누군가 사랑이 뭐냐고 내게 물었다. 또 나도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설명을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해서 서현 교보를 서성이다가 호세 오트레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라는 스페인 철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연구>라는 책을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 잠깐 나왔던 스탕달의 연애론에 대해서 가세트는 반박한다- 스탕달은 연애도 못해보고, 결혼도 못했다고 하더군. 책은 3부로 나눠져 있다. 사랑의 본질에 관하여, 남자의 심리와 본능, 그리고 무엇이 남자의 사랑을 완성시키는가? 저자가 남자라서 여자의 관점은 좀 부족한듯 하다. 나와 의견차이도 좀 있었고. 그래도 눈에 뜨이는 구절은 많았다는거.

* 사랑과 사랑의 빠짐은 다르다

사랑의 느낌은 흘러가는 시간으로 계산할 수 없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시간은 멈춰 있고 감정은 증폭된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시간은 멈춰 있고 감정은 증폭된다. 그렇지만 한번 시작된 사랑은 지속성을 갖는다. 사랑은 총 한 방을 꽝하고 쏘아대는 것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방출이다. 그래서 사랑은 갑작스럽게 시작될 수는 있어도 일단 시작되면 천천히 흘러간다. p16

사랑을 할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그러한 기간을 infatuation이라고 하는 건가? 사랑이 지속성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 롱디커플을 위한 구절이라고 불 수 있다

온전한 사랑이란 일단 태어나면 소멸되지 않는다. 거짓말 같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그런 사랑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냐고 물어보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혹은 거리가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온전한 사랑이라면, 환경과 거리상의 장애가 충분한 애정을 공급하는 걸 방해하여 애정의 굵은 선이 가는 선으로 바뀔지는 모르지만, 말라비틀어진 상태에서도 감정의 동맥은 사랑을 끊임없이 담아 심장으로 옮기는 법이다. 그게 제대로 된 사랑의 운명이다. 결코 죽지 않는, 적어도 감정의 본질만은 손상되지 않는 바로 그런 사랑. p37-38

*** prioritizing people?

사랑에 빠지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나를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는 단 한사람에게만 집중한다. 집중을 받는 여러 대상들은 뒤섞여 혼란하게 있는 것 같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는 계급 순위가 정해져 있고 특별히 조명받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p49

계급 순위가 있다는 것 인정.

**** unreasonable women?

"남자가 이성으로 하지 않는 유일한게 있다면 그게 바로 사랑입니다. 반면 아무리 지적인 여자라도 중심은 비이성적이기 마련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여자의 그런 특성 때문이지요. 그것이 남자를 지배하고 남자를 마술에 걸리게 하는 겁니다. 여자의 변덕스러움과 부조리한 면모가 사실은 남자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는 핵심이 됩니다." p112

2학년 수업때도 수없이 접했던 컨셉이다. women are inherently irrational. 남자들이 모두 이렇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난 여자니까 -_-

***** 성적 본능 vs 사랑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성적 욕망이 함께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성적인 것과 관계가 없다는 것도 바보 같은 말이지만, 사랑은 성적 욕망 자체라고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본능은 그 본능을 만족시킬 만한 수많은 대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사랑은 배타적인 경향이 아주 강하다. 즉, 성적 욕망은 사랑을 유도하지만 그 결정은 사랑 자체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의 경우 진정한 성적 본능은 오직 사랑하는 여자를 통해서만 느껴지고 채워진다. p141

마지막 결론 또한 내가 알 수 없다.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모두 관계를 맺어본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이상?

****** so what is love?

진정한 사랑은 '빠짐'이 있는 사랑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육감적인 뜨거움이나 과장된 표현, 기술적인 포장술, 애무, 열정 등과는 다르다. p120
사랑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랑의 대상이 '사랑받을 만하다'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p130


아직도 잘 모른다. 단지 chemical hormones에 의한 것인지, 신비로운 오로라에 의한 것인지, 뭔지. 그냥 마음이 말해주는 대로 할 뿐이다.

공지영_즐거운 나의 집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공지영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소설을 골라 발표를 해야했던 고1 국어 수행평가 때문이었다. 엄마한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읽어보라고 하셨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 책은 현대의 여성상에 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한국온지 얼마 안되서 아빠가 쉬크한듯 무심하게 <즐거운 나의 집>을 주시면서 "읽어봐라. 재밌더라." 하셨다. 원서에 질려있던 난 순식간에 책을 읽어버렸다.

몇 번이나 이혼을 하고 각각 아빠가 다른 세아이를 키우는 작가에 대한 소설. 큰 딸의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딸 위녕은 나보다 어린 나이인데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정사를 감당해내는 게 너무 기특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이나 사랑에, 남자에 데였던 여작가가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신기했고.

그럼 공감갔던 구절들.

"위녕,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니인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하구." p17

사랑을 한다는 것은 머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산 사람의 몫이니까. 산 사람은 키와 머리칼이 자라고 주름이 깊어지며 하루에 천개의 세포를 죽여 몸 밖으로 쏟아내고 쉴 새 없이 새 피를 만들어 혈관을 적신다.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어제의 나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제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나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또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인 것이다. 이 이상한 논리의 뫼비우스 띠가 삶일까? p47

"위녕,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공부하는 것도 행복하게 하고, 먹는 것도 행복하게 먹고, 자는 것도 행복하게 자고." p47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 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p85

"... 아빠는 언제가 행복해?" ...
"행복? ... 최소한, 딸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지금은 아니지..."
"그래, 지금은 아닌데... 그래도 행복할 때가 말이야."
아빠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없어."했다. 약간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없어."라는 아빠의 대답은 단호했다.
"어떻게 행복한 때가 없어?"
나는 이번에는 "엄마는 매일 아침 행복하다는데."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거 없어. 산다는 건 견디는 거야. 의무를 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위해 노력하면서..." p102


나는 그 순간, 엄마가 둥빈의 아빠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깨달았다. 엄마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을, 엄마를 그토록 아프게 했던 그 사람을, 그 사람이 그렇게 하기 전에, 혹은 그렇게 하고 나서도, 엄마가 마음으로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헤어진다고 해서, 곁에 두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있을 수 없지만, 멀리서라도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그제야 엄마를 따라 내 마음도 아파졌다. p186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피아노를 칠 때까지 인내하면서 건반을 연습히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훌륭한 무용가가가 자연스러운 춤을 추기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정확한 동작으로 억제해야 하는 나날이 있듯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이 분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p228

울고 웃고 죽고 살고. 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한순간에도 수많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 뭐 특별한 일들도 아니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근심하고 기뻐하며 울다가 웃는다... 하지만 겪는 사람에게 그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었다. p309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온전히 혼자라는 것을,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p341
알랭드보통_왜나는너를사랑하는가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에는 중간이 없다. 사랑은 단순히 방향일 뿐이며, 바라는 것을 붙잡고 나면 그 이상 바랄 수가 없다.

따라서 사랑은 충족이 되면 스스로 타 사라지고, 욕망의 대상을 소유하면 욕망은 꺼진다.

클로이와 나는 바로 그러한 마르크스적인 나선의 덫에 걸릴 위험이 있었다.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속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것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용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하면서 어쩌면 그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끝도 없이 이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박라연_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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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따라 쭈욱 가서
이 길의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아끼어 잎을 틔우고
뼈만 남은 내 마음에 다시 살이 오르면
그 마음 둥글게 말아 둥그런 얼굴 하나 빚겠네
그 건너편에 물론 강물이 흐르네.
그 강물 속 깊고 깊은 곳에 내 말 한마디
이 집에 세들어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 처음… 사랑할… 때… 처럼… 그렇게……
내 말은 말이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면
내가 내 몸을 폭풍처럼 흔들면서
내가 나를 가루처럼 흩어지게 하면서
나,
그 한마디 말이 되어보겠네


박라연_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문학과지성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