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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한국에서는 4월 14일, 15일 이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한다.
사실 새로운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지만 아베나 고이즈미와 달리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만 알고 있다. 물론 참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총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참배 자체때문에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일본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은 하고 있나보다.
물론 이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대한(對韓)투자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과거에 집착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안건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이 문제는 미셸 푸코의 책 <감시와 처벌>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흥미로워진다.
사실 푸코가 쓴 책 중에서 처음 읽은 건 <성의 역사: History of Sexuality>였다. 성의 역사와 권력의 역사가 어떻게 엮어져 있는지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와 기독교 권력에 연관성, 금욕주의의 전개 등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을 읽으면서 대단한 철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학기에 읽은 <감시와 처벌>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individuality가 있기 때문에 나를 대표해줄 representative가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현대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authority figure이 정해놓은 것들에 의해서 계속 감시받고 영향받고 있다는 것이다. Disciplinary power acts on small details: how you should use your time (lateness, absences, interruptions of tasks are punished), of your activity (inattention, negligence, lack of zeal), of your behavior (impoliteness, disobedience), of your speech (idle chatter, insolence), of your body ('incorrect' attitudes, irregular gestures, lack of cleanliness), of your sexuality (impurity, indecency). Subtle changes in any of these things are constantly monitored and surveyed by the disciplinary forces. 이렇게 사람들이 영향받도록 하는 세가지 institution이 학교, 직장, 그리고 군대라고 푸코는 말한다. 이 중에서도 우리는 학교에서 교과서와 선생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운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는 세계2차전쟁때 일본은 정의롭게 싸운 것이며 한국, 중국에 준 피해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일본과 자주 비교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난 독일이 항상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서 잘못한 줄 알고 있었는데 정부가 취하는 입장에 따라서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것도 많이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chroder이 총리였을 때(1998-2005)는 더이상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했고, 학교에서도 유대인대학살에 대해서 별로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현 독일 총리인 Angela Merkel은 공석에서 독일이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 가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초중고 학생들도 학교에서도 독일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배우고, 또 세계2차전쟁 동안 독일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러워 한다고 한다 (they feel extremly guilty, although they are not the ones that they actually committed such horrific act).

일본도 그런 날이 올까? 새로운 총리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일본에서 학교를 다닌 친구 한 명은 한번도 일본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저지른 일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배운적이 없다고 한다. 독일과 일본의 문화가 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님 미국이 독일은 내버려 두고 일본에만 핵폭탄을 두번이나 터뜨려서 피해의식을 아직도 갖고 잊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미국 교과서에서도 핵폭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 미국애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깊게 얘기하면, 어 진짜 왜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그랬지? 하고 다시 생각한다).

푸코 아저씨 책을 읽으면 머리가 너무 복잡해진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려고 책을 쓴거겠지만서도. 아 그리고 요즘 일본이 군대를 키우려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북한이 자꾸 바다에 미사일 터뜨리고 중국은 계속 급성장하고 있으니까 무섭겠지. 나도 무서운데.

익명의 사랑_이연주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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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사랑

                                                      이연주


정말 꽃이 되고 싶어, 또는 구름
아홉 배는 내가 더 당신을 사랑할걸---그런 꽃,
새털 옷을 입고
당신 고향 가는 길 앞질러 따라가는
그런 구름.

석간신문이 배달됐지만 의미가 없네.
죽은 고양이도 쥐떼들의 혼령도
이제 더는 문간 근처를 얼쩡거릴 수가 없어.
꽃의 사랑, 혹은 구름.

정부 쪽에선 비밀에 부치겠지?
군중심리란 게
사랑에 오염된다면 전략은 힘들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공기는 느끼지.
바람은 느끼고말고.

내가 당신, 하며
꽃가루를 공중에 뿌려주면 공기들은 명랑해질 거네.
새털 옷은 하늘을 얼마나 기쁘게 할까,
사랑인데.
사랑하는법-사랑받는법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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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 보다는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의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이 아무리 얇게 베어 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 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것.
이 두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것을.


-샤를르 드 푸코-




초콜릿 이야기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秋 02; 이상한 중독에 대한 아홉가지 이야기에서 8번째 이야기

눈물에 중독되어

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아주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편안한 미소에 감명을 받은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울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눈물이 많은 여자였다. 음악을 듣다가도 울고, 영화를 보다가도 울고, 책을 읽다가도 울고, 심지어 언젠가 그의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났을 때도, 그 손가락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의 뺨으로 굴러 떨어지는 눈물들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그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그 사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보아도, 책을 읽어도, 심지어 당신의 손가락만 보아도 그 사람이 생각나요." 그녀는 결국 잊지 못하는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는 실망했고, 그녀를 떠났지만, 몹시 슬펐다. 얼마 후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났을 때, 그 여자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헤어진 여자를 떠올렸고, 그래서 울었다. 여자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처음 만난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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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 07; 불가능한 작전 중에서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지구를 떠나온 것이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살던 날들이 어떠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자유롭다, 라는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자유롭다. 다만 한가지, '중앙'이 왜 나를 여기에 보냈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돌아오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줄곧 이상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곧 풀렸다. 어느날 톰이 내게 말했다.

"처음부터 임무는 없었어. 그 봉투는 내가 너에게 보낸 거야. '중앙'의 감시망을 피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이 없었어. 하지만 너는 의심하지 않았고, 그 믿음이 내게 용기를 주었지. 결국 그렇게 해서 불가능한 작전이 가능해진 거야."

"내가 만약 너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내가 물었다. 톰은 씩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 우린 파트너잖아."



황경신씨의 글을 처음 접한 건 페이퍼라는 잡지를 통해서였다. <슬프지만 안녕>을 작년 여름방학에 읽었고 <초콜릿 우체국>은 집에 모셔놓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는데 집에 있는 동안 찬찬히 읽었다. 읽는 동안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을, 치유받는 느낌을 받기까지도 했다.




Snow_Orhan Pamuk
너에게 보내는 마음/자기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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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by the time he was recording these thoughts in the notebooks, Ka was convinced that every life is like a snowflake: individual existences might look identical from afar, but to understand one's own internally mysterious uniqueness one had only to plot the mysteries of one's own snowflake. (Ch 41, p383)

      She talked about how beautiful and short life was, and about how, in spite of all their enmities, people had so much in common. Measured against eternity and the greatness of creation, the world in which they lived was narrow. That's why snow drew people together. It was as if snow cast a veil over hatreds, greed and wrath and made everyone feel close to one another. (Ch 13, p113)



Kite Runner를 이틀안에 읽은 것에 비해서 오르한 파묵의 <눈>은 다 읽는데 나흘이 걸렸다. 각 단원이 짧고 주인공 Ka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와 주위 인물들이 그에게 무슨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분별하며 읽지 않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되어서 이해할 수 정도로 처음에 읽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 6단원까지 읽고 나니까 감이 잡혔다.

오르한 파묵 씨의 책이 읽고 싶었는데 Barnes and Noble에 가니까 My Name is Red, Black Book, Snow, New Life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Snow가 제목이 제일 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내용이었다.

독일로 망명했던 시인 Ka는 왜 터키의 Kars에서 소녀들의 자살이 증가하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고국을 방문한다. 그 곳에서 사랑했던 여인 Ipek을 만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또 그 행복함이 영원하지 아닐 거라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리고 터키가 유럽국가임에도 다른 유럽인들과는 접촉이 거의 없어 외국 문화보다는 고유 문화를 중요시 여기는 traditionalists, Islamists가 궁금해 하는 바를 해소해줘야만 하는 압박감도 느낀다. 고국에 돌아오기 전에는 무신론자였지만 종교학교를 다니는 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뜻하지 않게 정치적인 문제에 연루되면서 Ka의 고국 방문은 점점 복잡해진다.

이런 혼란 가운데 Kars에는 눈이 자주 내리는데 눈은 마치 그 혼란의 mediator역활을 하는 것만 같다. 눈이라는 감각적 소재에 작가만의 생각을 첨부하여 소설이 다루는 다소 어려운 소재들을 독자가 부담없이 책을 접하게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눈>을 읽으면서 노벨문학 수상자는 글솜씨뿐만 아니라 소재도 잘 택해야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파묵의 다른 책들을 어떤지 궁금하게도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