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자극 받는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스턴에 이어서 수요일에 코피 아난 전 유엔 총장은 컬럼비아 학생들에게 “Your leadership and action will decide the health and happiness of millions of people across the globe. It is a big responsibility.”라고 말하며 하나밖에 없는 지구와 그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논문, 대학원, 장학금때문에 계속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있는 요즘. 스트레스를 받아 저기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것은 마치 기말고사전 reading week가 끝날때쯤 marginal utility of studying이 줄어들면서 살짝 정신줄을 놓은 그 상태와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 조깅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받은 새로운 노래가 아이팟에서 나온다거나 의외의 장소에서 지인을 만났을 때, 아침 일찍 텅빈 학교 캠퍼스를 가로질러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맞는 가을 바람, 항상 가던 동네에서 새 아지트를 할 만한 카페를 발견했을 때, 트위터에서 알랭드보통이 내 소식을 구독했을 때, 여름에 토플가르쳐 준 동생 점수가 잘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랜 친구로 부터 연락이 왔을 때. 이런 순간순간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행복을 느끼는 소소한 일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의존한 행복감이 아닌 내 스스로 발견하는 행복.
어쩌면 올해 원하는 대학원이 안 되면 연구하다가 내년에 다시 지원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긴장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을 경계하느라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못하면 안되지. 모든 것, 모두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으니 그 대상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점점. 내 사람이 되면 실망시키지 않을 사람인지 확신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웃고 지낼 수 있을만큼의 친절함을 베풀고, 적당한 거리를 지킨다. 그리고 나와 함께 반짝일 사람, 사소한 것에서 함께 행복을 느낄 사람에게 그 거리를 좁힌다.
senior honors seminar꼭 듣고 싶었는데 드디어 어드바이저가 생겨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우리 학교에 경제학 전공자가 워낙 많다 보니 논문을 쓰고 싶은 4학년은 저 세미나에 들어가야지만 쓸 수 있는데, 내가 원했던 교수가 워낙 바빠 연락이 닿지 않아서 다른 교수를 대신 찾느라 econ dept head인 교수가 애좀 먹었다. 지오프리 힐교수를 간절히 원했지만 어쩔 수 없지뭐- 앞으로 1년 동안 내 논문쓰기를 도와줄 분은 이번 학기에 내가 환경경제학도 배우고 있는 훈남교수 울프람 후훗- 안그래도 아침 9시 수업이지만 10분 일찍 도착하여 자리까지 맡아 듣고 있었는데! 정말 알기 쉽게 잘 가르쳐주신다. 아 이렇게 되면 이 수업도 꼭 A를!!
이렇게 하여 지금 21학점을 듣고 있는 상황. 경제 3, 경제 세미나, 경제 research assistant, 불어, 수학. 경제 중 하나를 빼야 될텐데 못 정하고 있다. 힝 globalization and its risks 기대 많이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선생님도 요상하고, 수업도 별로 재미없어서 안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좀 수월한 18학점.
컬럼비아에는 매주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여러 세미나가 있는데 오늘은 그 유명한 Stern Review의 Lord Nicholas Stern LSE교수가 왔었다. 기후변화를 경제학으로 설명한 교수는 많지만 이 교수가 제일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그의 수치화된 설명이 어렵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반기문 총장이 내일 기후 변화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들을 뉴욕으로 불러 모았는데, 그들에게 기후 변화의 경제성을 설명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란다. 궁금한게 있었는데 질문을 3개밖에 안받고 가버렸다 힝- 기후 변화에 대응/적응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세계 GDP의 1%라는 것. 개도국의 대응/적응에 필요한 비용은 미국이 AIG에게 준 돈보다 적다는 것. 이미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참 설명을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스티글리츠 교수는 별로 아니었는데. 말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느꼈던 순간.
요즘 좀 침체기였는데 이렇게 세미나 듣고 다니니까 자극이 되는 듯. 수요일에는 컬럼비아에 올해 Global Fellow로 와있는 코피 아난의 렉쳐에도 register되어서 그는 기후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게 됐다. 뉴욕 돌아와서 계속 nerdy한 포스팅들 어떡할거야- 하지만 이번 학기는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뉴욕 맛집 찾기를 멈춘 건 아니니 곧 사진과 함께 소개를 >0<
개학한지 일주일.
세미나 발표가 내일이라서 아직 수업 몇개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3학년 때 들었던 economic development 수업과 이번 학기 international trade 수업을 가르치는 교수의 research assistant가 되었다. 무역과 개발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돕는 건데 만나봐야지 알겠다.
한국에서는 신종플루때문에 아직도 정신없다던데 뉴욕은 그 정도는 아닌 듯 하다. 물론 새로운 기숙사로 들어올 때 antibacterial sanitizer도 주고, 손 자주 씻으라는 이멜 하나는 왔다. 다큐멘터리와 한국, 외신 기사들을 보니 아무래도 백신이 충분히 없어 다른 나라에 빌리러 가는 정부에 신뢰를 잃은 국민들이 자체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하니 과민반응이 일어난 것 같다. 400개가 넘는 병원을 신종플루 검사/치료병원으로 정했지만 그 병원들과 상의하에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국민들에게는 감기증상만 있어도 병원에 가서 검사받으라고 했지만, 의사가 3번이상 타미플루를 부당 처방하면 행정처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잘 처방해주지 않나보다. 건강이 최고.
얼마 전에 뉴욕 패션위크 시작하기 전날 밤 Fashion's Night Out이라는 행사가 있어서 소호에 갔었다. 5번가와 소호에 있는 가게들이 밤늦게까지 여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 경제가 어렵긴 한가봐. Michael Jackson 오마주한 vest를 샀는데 이번 주는 좀 여름같아서 좀 더 있어야 입고 다닐 듯. 뭔가 가을/겨울 느낌의 옷이다. 주말이 되면 내려가서 기분전화 해야지. 이 버블안에 계속 있으면 너무 parochial/elitist 되는 느낌.
한 주를 시작하는 것이 참 상큼하다. 이게 다 선덕여왕 덕분이야.